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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첫 스키도전!

대학생 때 무주리조트에 지금 남편과 보드 한번 타본 게 전부인 나는... 적어도 우리 아이들은 나중에  대학생 때 친구들이랑 스키장 가서 강습부터 받아야 하는 촌스런 아이로 만들고 싶지 않아서 스키를 배워주기로 했다.

뭐든 어릴 때 배워야 적응도 빠르고 빨리 배우는 법이니까~

남편과 나도 여태 스키를 타본 적이 없어서 이번에 함께 배워 보기로 했다. 다행히 홍천 비발디파크 스키장은 초초보들이 탈 수 있는 무빙워크로 타고 올라가는 완만한 코스가 있다고 해서 안심이 됐다. 

1:3으로 강습을 예약했는데  가급적이면 애들 둘 위주로 강습을 시킬 생각이다. 나는 워낙 운동신경도 없고 허리 고질병도 있어서 잘 탈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 허리가 못 버티겠다 싶으면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을 거 같아서 애들과 남편이 강습을 받고 나는 따라다니려고 했다.

 

소셜미디어에서 오후권을 예약하고 아침에 스키장비 대여하러 가기 전에 미리 매표소에서 예매를 했다. 이것이 신의 한 수였던 게 오후권 시간이 가까워졌을 때 대기가 무척 길었었다. 미리 예매를 해놓은 것이 무척 뿌듯했다는ㅋㅋㅋ

스키복을 대여하러 갔는데 강습비에 스키복이 포함인 이유가 있었다. 스키복 종류도 적고 옷도 세탁이 잘 안 되어 있고 심지어 찢어진 거도 있었다. 그래서 애들과 남편은 스키바지만 대여를 하고 원래 입고 있던 반패딩을 입고 타기로 했다.

롱 패딩을 입고 간 나는 2만 원에 고급형 스키복을 빌려 입었다. 그렇게 안전모와 고글에 장비까지 대여를 하고 주차를 하고 매표소 안으로 들어갔다. 스키장이 처음인 우리는 스키장비가 이렇게 무거울지 몰랐다. 주차장에서 스키장비 들고 입장하데까지 팔이 아푸고 벌써 진이 다 빠져버렸다는ㅠㅠ

스키부츠 신는 거도 빡빡해서 너무 힘들었다. 신발을 락커에 맡기 고나니 강습 선생님이 기다리고 있다고 전화가 왔다.

허겁지겁 입장을 하고 가장 초보 라인인 블루스 라인 앞에서  만났다. 기초 체조를  먼저 하고 스키에 부츠 장착하는 거부터 가르쳐주셨다. 그리고 넘어졌을 때 일어나는 법도 알려주셨는데 나는 이때부터 안됐다. 엉덩이가 도저히 벌떡 일어나 지지 않고 손 집고 일어나려면 앞으로 미끄러져버리고 도저히 혼자 일어날 수가 없었다.

아... 나는 오늘 힘들겠구나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V하는 아들

 

일단 무빙워크를 타고 정상으로 올라갔다. 정상에 올라가니 경사가 있어서 혼자 서 있는 것도 안간힘을 써야 했다. 나는 혼자서는 도저히 엄두가 안 나서 남편이 내 옆에 딱 붙어있어야 했다. 우리가 애들과 다니다간 애들도 진도가 안 나가게 되니 애들은 강습 선생님께 맡기고 우린 독학을 하기로 했다.

우리 남편은 처음 타는 거 맞니? 아무리 유튜브로 강습을 보고 갔지만 A자로 너무 잘 타는 것이었다. 문제는 나인데 앞으로 가다가 속도가 빨라지면 무서워서 넘어졌다. 문제는 넘어지면 혼자서는 못 일어난다는 것이다. 엉엉~ 어떡해ㅠㅠ

그래서 부츠를 스키에서 떼고 일어나서 다시 신고 또 넘어지고... 이거도 몇 번 하니 못하겠다. 부츠도 혼자 못 떼내서 옆에서 도와줘야 된다. 우리 남편은 나 때문에 타 지도 못하고ㅠㅠ

결단이 필요했다. 결국 나는 스키를 끌고 걸어서 내려가기로 했다. "남편~ 나 없이 편하게 타다와ㅠㅠ"

그래도 정상에서 사진은 남기자 싶어서 폼 잡고 사진 찍고...

그렇게 스키를 질질 끌고 나려오는데 내 자신이 참 비참하고 자기 몸도 못 가누는 이 몸뚱이가 원망스럽고 짜증이 났다. 그러다 옆에 무빙워크에서 올라오는 아이들을 만났다.

"그래, 애들 사진이나 찍어주자!"라는 생각으로 반쯤 걸어 내려오다가 멈추고 아이들을 기다렸다. 애들은 한 번만에 잘 타는구나~ 기특한 내 새끼들 ㅎㅎㅎ

내려갈 길이 멀고 언제 걸어서 다 내려가나 싶고 나도 타고 내려가고 싶어 졌다. 그러다 올라오는 남편도 만나고 나는 다시 타고 내려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이대로 포기하기는 억울하고 다시 도전해보자는 생각으로 다시 스키를 신었다. 남편은 다시 타고 내려 간다니 흠칫 놀랐지만 응원해주었다.

근데 신기하게도 다시 스키를 신으니 발이 적응이 되고 속도 조절이 되고 브레이크도 잘 잡고 잘타지네!!! 신기해라~~ 역시 나는 무거운 부츠에 적응시간이 필요했나 보다!! 

그렇게 한 번도 안 넘어지고 젤아래까지 내려왔다. 재미도 붙고 자신감도 붙어서 다시 한번더 타보기로했다. 그렇게 나는 한번도 안넘어지고 5번을 탔다. 이제 방향 전환도 하고 속도도 붙고 재밌다. 대구에서는 몇 년간 눈 구경도 못했는데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기분도 너무 좋았다. 이 나이에 스키 도전에 성공한 나 자신이 너무 기특하다.

무엇보다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탈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다. 뒷방 늙으니처럼 아이들 타는 거만 보고 나는 혼자 커피나 마시고 사진이나 찍어줘야 하는 신세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다행히 함께 즐길 수 있어서 너무 뿌듯하고 좋았다. 넘어지지만 않으면 되는데 이것만 해도 장족의 발전이니 넘어졌다 일어나는 것도 담에는 되겠지~~ㅋㅋ

물론 온몸이 쑤시고 아프지만 건강관리 잘해서 내년에 또 타러 와야겠다^^